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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tive Management/創 (창조의 문화)

고흐와 피카소



빈센트 반 고흐와 파블로 피카소는 위대한 천재로서 위대한 작품을 통해 미술사의 큰 발자취를 남긴 화가들입니다. 화가라는 점, 위대한 재능을 지녔다는 점, 남과 다른 통찰력으로 회화 역사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 했다는 점 등에서 이 둘은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지요.

 

하지만 미국 조지아 테크(Georgia Institute of Technology)의 정신의학 및 행동 과학 교수인 그레고리 번즈 (Gregory Berns)교수는 이 둘의 공통점이 아닌 차이점에 주목을 하였습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고흐는 극심한 궁핍 속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합니다. 살아 생전 팔린 그림이 단 한 점에 불과했을 정도로 세간의 관심을 받지 못했지요. 반면 피카소는 장수를 누리면서 정력적인 활동을 하였고 임종 시에 남긴 재산이 당시 환산가로 75천만 불에 이르렀다고 하니 정말 고흐와는 대조되는 삶을 산 셈이죠.

 

그레고리 번즈는 이렇게 생전 수입에 있어서 피카소가 고흐를 능가한 가장 중요한 이유로서 피카소가 가진 탁월한 사회적 네트워킹 능력을 꼽습니다. 고흐에게 있어서 세상과 연결되는 유일한 연결 고리는 동생인 테오 밖에 없었기 때문에 네트워크 상에서 외로운 노드 (Lonely node)일 수 밖에 없었지만, 동료 화가, 정치가, 문필가, 연인, 친구, 가족, 비평가 등 거의 모든 사회적 모임의 중심에서 활동했던 피카소는 중심 허브 (Central Hub)가 될 수 있었습니다.

 

기업의 혁신 관점에서 본다면 고흐와 피카소가 주는 시사점은 명료합니다. , 조직 내 잠재된 역량인 외로운 노드들을 어떻게 하면 혁신 네트워크에 연결시켜 창의성이 발휘되도록 이끌 것인가 하는 것이지요. 그들이 고흐가 되지 않고 피카소가 되도록 하는 것이 혁신 agenda의 중요한 우선 순위가 되어야 합니다.

 

조직의 잠재적 창의성이 사장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려면, 긍정적 사고와 신뢰에 기반한 개방적인 조직 문화가 매우 중요하겠지요.

 

오늘 아침 모 일간지를 보니 미국 명문대에 입학한 한인 유학생 중의 44%가 학습 능력의 결핍으로 인해 중도 탈락한다는 충격적인 기사가 실렸더군요. 기능적/반복적/단기적으로 시험 점수를 잘 받는 훈련 끝에 고 득점을 얻고 화려하게 명문대에 입학하지만 핵심적인 학습 능력인 Critical Reading/Critical Thinking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결국 고도의 지적 경쟁에서 탈락하게 된다는 것이 기사의 주된 내용이었습니다.

 

한국 유학생들의 현실은 지금 한국 기업들이 처한 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의 우리 기업들은 기능적/반복적/단기적 관점에서 여러 노력들을 경주했고 이러한 노력들의 성과를 통해 세계 13대 경제 규모로 세계 무대에 등장하였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우리 노력들이 명문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기울였던 것이라면 이제부터는 우리의 노력이 본격적인 역량을 기르고 쌓아 나가야 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하고, 그 노력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우리 안의 고흐들이 피카소가 될 수 있게끔 하는 사회적 아키텍처로서의 조직 문화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물론 세상에 피카소만 있다면 그것도 깝깝한 일이겠지요? :-))

 

-G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