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reative Management/기타

실패도 수용해야 ‘T자형 인재’ 된다 - SKT HCI팀 사례

[창의성이 국가경쟁력이다]<5>달라지는 기업문화


SK텔레콤 HCI팀은 아이디어 회의 중간중간에 ‘아이스 브레이킹(얼음 깨기)’이라는 시간을 갖는다. 흥겨운 분위기에서 자유로운 의견 교환이 가능하고 좋은 아이디어가 나온다는 것. 자신이 최대한 낼 수 있는 바보 같은 소리 내기, 자신의 별명을 가장 우스꽝스럽게 고치기, 신발 멀리 던지기 같은 단순한 게임을 즐긴다. 사진 제공 SK텔레콤 

실패도 수용해야 ‘T자형 인재’ 된다

강석훈 SK텔레콤 휴먼 센터드 이노베이션(HCI)팀장은 지난해 ‘채핑’이라는 독특한 온라인쇼핑몰 서비스를 선보였다. 상품소개 화면에 채팅 기능을 접목한 채핑은 온라인 쇼핑을 하며 별도로 채팅창을 띄워 지인과 정보를 주고받는 신개념 서비스. 온라인 쇼핑몰을 즐겨 찾는 소비자들이 비슷한 행동을 하는 걸 보고 아이디어를 낸 것이다.

회사의 창의성 별동 조직인 HCI팀은 신규사업을 위한 각종 아이디어를 다른 사업팀에서 의뢰받아 지원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산업공학을 전공한 강 팀장을 포함해 경제 인문 공학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를 전공한 22명으로 구성돼 있다.

○ 기업 창의성은 제도와 문화가 좌우

HCI팀은 창의적인 성과물을 만들기 위해 5단계의 아이디어 발굴 제도를 도입했다. 이 중 창의성을 극대화하는 과정이 ‘아이디에이션’으로 불리는 아이디어 도출 단계다.

HCI팀은 이 단계에서 아이디어를 모으는 전통적인 방법인 브레인스토밍은 물론 ‘불스아이’ ‘랜덤링크’라는 새로운 기법을 사용한다. 불스아이란 문제해결을 위해 동종산업, 유사산업은 물론 전혀 무관한 업종에서 유사성을 찾아내고 아이디어를 내는 방식이다. 랜덤링크는 최신 유행, 이슈, 대중의 관심사에 관련된 사물들을 배열해놓고 특성을 무작위로 뽑아낸 뒤 문제해결에 적합한 특성을 골라내는 기법이다. 강 팀장은 “막연히 새로운 것을 추구하려는 시도는 대개 큰 효과를 내지 못한다”며 “창의성을 발휘하도록 유도하는 조직 문화와 제도화된 프로세스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창의성을 발휘하도록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고 기업문화를 바꾸고 있는 곳은 이 회사만이 아니다. 최근 ‘집 나가면 개고생이다’라는 광고카피를 만든 제일기획 민수라 제작팀장은 “‘개고생’이라는 강한 단어를 과감하게 채택하고, 존경받는 산악인 엄홍길 씨를 집 떠나 고생한 사람으로 내세운 것은 ‘아이디어 엔지니어링’이라는 창의적 조직 문화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아이디어 엔지니어링이란 조직원이 내놓은 참신한 아이디어를 끝까지 관철시키기 위한 조직 내 모든 활동을 일컫는 이 회사만의 용어다.

○ 창의성 원천은 여백과 실수

마이크로소프트사를 비롯해 3M, 구글 등 혁신적인 상품을 내놓는 세계적인 기업들은 오래전부터 조직원의 창의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제도화했다. 대표적으로 HP의 ‘10% 룰’, 3M의 ‘15% 룰’, 구글의 ‘20% 원칙’은 근무 시간의 일정 비율을 아이디어를 내는 자유시간으로 주는 제도다. 국내에서는 인터넷포털 다음이 10% 룰을 실시하고 있으며, SK텔레콤은 총 근무시간의 10%(주 5시간)를 평소 업무가 아닌 창의적으로 도전하고 싶은 활동에 활용하는 제도를 2007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이순묵 성균관대 심리인재개발학과 교수는 “창의적인 생각은 ‘확산적 사고’를 할 때 많이 나온다”며 “근무시간 중 일부를 여유시간으로 두는 것은 인지심리학적으로 직원들에게 확산적 사고를 할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영표 동아사이언스 기자 sypyo@donga.com

출처 : http://www.donga.com/fbin/moeum?n=it$k_307&a=v&l=0&id=

 

 

 

 


일부 기업에서는 직원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도록 제도화했다. 독일의 자동차회사 BMW는 ‘이달의 가장 창의적인 실수상’을 주고 있다. SK텔레콤도 ‘해피트라이’라는 제도를 운영하며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참신한 시도로 일정 단계 이상까지 추진된 경우 회사 차원에서 격려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 최병권 책임연구원은 “실패와 실수에서 창의적인 신제품이 탄생한 사례는 많다”며 “실패에 대한 배려는 실패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기 위한 불가피한 과정으로 받아들이게 해 도전할 용기를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석훈 팀장은 “한국의 이공계생들은 어릴 때부터 문제풀이식 교육을 받아 실패나 실수에 적응을 못하고 남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실패를 인정하는 훈련을 받는다면 깊이 있는 전문지식(I)과 다양한 분야에 대한 통찰력(―)을 갖춘 T자형 인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