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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tive Management/혁신과 창조 일반

작은것부터 실천하는 경영혁신



“한국 선수들의 경기 장면을 교본으로 만들어 미국 고교야구 선수들에게 배포하자.”

“김연아는 ‘이것이 플립, 러츠다’라고 할 만한 교본과 같은 점프를 한다.”

한국 야구 대표팀과 김연아가 세계 무대에서 돌풍을 일으킨 가장 큰 요인은 바로 기본이 탄탄하다는 점이다. 화려한 기술과 힘보다는 정확한 기술 구사와 교과서적인 공격, 주루, 수비 등이 이들을 세계 정상의 반열에 올려 놓았다. 이들에게 이러한 기본기가 있었기에 혼을 뺏는 아름다운 연기와 9회 말 동점을 만들어내는 기적이 가능했다.

■경영혁신도 기본이 중요하다

지난 2002년 월드컵 당시 거스 히딩크 감독이 국내 대표팀을 맡으면서 가장 중점을 뒀던 훈련은 전술이나 기술 훈련이 아니라 체력훈련이었다. 운동의 가장 기본인 체력 강화 없이는 어떠한 전술도 수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체력이라는 기본을 갖춘 국가 대표팀은 결국 월드컵 4강이라는 신화를 낳았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기업이 경영 혁신을 통해 혁신기업으로 탈바꿈하려 하지만 기본을 제대로 갖추지 않으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

LG경제연구원 박종석 연구원은 “경영 혁신 성공 여부는 조직원들에게 거부감 없이 어떻게 조화를 이뤄내느냐에 달려있다”면서 “가장 기본적인 작은 것부터 시작해서 공감대 형성을 해야 큰 혁신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경영 혁신을 시도했다 실패한 기업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기본을 무시한 채 한 번에 혁신을 이루려는 경우가 많았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전 세계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국내 기업은 견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경제 전문가들은 외환위기 당시 국내 기업들이 체질 개선을 강하게 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즉 외환위기 당시 구조조정을 통해 뼈를 깎는 고통을 견디며 기본을 다져 최근의 경제 위기에서도 잘 버티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국내 기업의 경영혁신은 상당한 수준에 올라 있다. 올해 초 파이낸셜타임스지의 보도에 따르면 세계적인 경영대학원인 인시아드(INSEAD)가 발표한 글로벌 혁신지수(Global Innovation Index)를 보면 한국은 지난 2007년 19위에서 2008년 6위로 순위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는 마케팅 및 경영 혁신을 포함한 광범위한 분야에 대한 경제적 잠재력을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셈이다. 글로벌 혁신지수는 경영혁신을 요구하고 있는 환경에 국가가 얼마나 잘 대응하고 있는지에 대한 척도로 개발한 것이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이후 국내 기업들이 기본을 탄탄히 구축했기 때문에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만큼 경영혁신에 기본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다.

■경영혁신에 대한 오해들

경영혁신을 시도하는 기업들 중 가장 많은 오해를 하고 있는 것은 혁신은 커다랗고 장대한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이러한 오해는 결국 나무를 보지 못하고 숲만 좇다 숲속에서 길을 잃게 만든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세계적인 자동차 기업을 넘어 세계 최고 기업으로 발돋움한 도요타의 성공 비결은 작은 것 즉, 기본부터 개선하고자 하는 조직의 철학”이라고 평가했다. 품질 향상 및 비용 절감에 집중해 한눈 팔지 않고 작은 문제라도 찾아 끊임없이 개선해 가는 자세가 오늘의 도요타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또 ‘혁신은 기술이다’라는 오해도 기업 전체에서 혁신을 쉽게 받아들이기를 어렵게 만든다.

기업의 기술 혁신도 중요하지만 기업의 근간인 조직원들이 일하는 절차를 개선하는 프로세스 혁신이 더 중요하다. 연구개발(R&D)에 수많은 돈을 투입하는 것보다 조직혁신이나 문화혁신 등을 개선하는 게 더 효과적이다.

1990년대 초반 위기에 빠진 IBM도 결국에는 기업 문화혁신이 변화의 중심이 돼 다시 회생할 수 있었다. 해외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많은 기업들이 과거의 ‘혁신은 기술이다’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인재와 업무 프로세스 혁신에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기업의 기본은 결국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이고 이들이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기본에 충실한 경영 혁신이기 때문이다.

/hit8129@fnnews.com 노현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