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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tive Management/창조경영

기 소르망, 장하준, 그리고 폴 새뮤엘슨


세계 경제가 커다란 불확실성에 직면하면서, 그 변방에 위치한 한국의 경제 상황도 위기 상황에 봉착해 있습니다. 추운 겨울날 방안을 덥혀주던 아궁이의 군불이 꺼지게 되면 아랫목보다 윗목이 더 빨리 추워지는 그런 이치이지요.

 

불확실성이 깊어질수록 우리는 과거의 경험을 거울삼아 실마리를 찾으려 노력하고, 석학들의 지혜로운 처방을 구하기도 합니다.

 

최근 국내 언론 (중앙 SUNDAY)에는 세 명의 저명한 학자들의 인터뷰 내용이 연이어 실렸습니다. 기 소르망, 장하준 교수, 폴 사뮤엘슨 3인의 석학들의 통찰력 있는 제언을 발췌하여 올립니다. 세 석학의 성향은 사뭇 다르지만 한국의 앞날에 대한 처방은 모두 비슷합니다.

 

혁신에 대한 지속적 투자, Back to Basics, 기술 개발을 통한 산업 고도화

 

1. 먼저 세계화의 전도사로 불리는 불란서 기 소르망 교수와의 인터뷰 일부입니다.

 

-한국이 경제 강대국의 꿈을 꾸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역시 문제는 혁신이다. 혁신을 측정하는 한 방법은 특허 건수다. 미국의 비영리 싱크탱크인 랜드코퍼레이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미국·유럽연합·일본에 이어 4위의 특허를 등록하고 있다. 매우 흥미로운 사실이다. 한국이 경제규모는 세계 11위이지만 혁신 능력에서는 4위인 것이다. 이 점만 보면 한국은 중국보다 경제적 미래가 더 밝다. 아직까지 중국에선 성장은 있으나 혁신은 미미하다. 강국은 스스로를 혁신할 수 있는 국가다. 특허 건수로 측정되는 경제·산업 혁신 능력을 배가하려면 대학 교육의 질적 수준을 높여야 한다.


-
한국의 취약점은 무엇인가.
“한국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없다는 것이다. 반면 현대·삼성 등 한국 기업들은 인지도 높은 브랜드다. 국가 차원에서 한국이라는 브랜드를 홍보하는 작업도 일본과 달리 체계적이지 못하다. 나는 최근 미국에서 한국 홍보광고를 TV에서 보고 놀랐다. 너무나 형편없었기 때문이다. 한국이 민주국가라는 사실 자체가 엄청난 브랜드 가치가 있다. 해외에선 한국이 아시아에서 가장 민주적 국가라는 사실을 잘 모른다. 한국은 국립박물관 하나만으로 방문할 가치가 있다. 엄청난 박물관이 한국에 있다는 것을 해외에선 아무도 모른다.

 

2. 신자유주의의 폐해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을 지속해 온 켐브리지 대학의 장하준 교수와의 인터뷰 일부입니다.

:

-한국은 이번에 변방 국가의 서러움을 다시금 느꼈습니다. 미국 때문에 생긴 문제인데도 한국 시장의 변동성은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요.
국제금융이라는 것이 묘해 중심부에 문제가 생겨도 주변부로 돈이 오지 않고그래도 중심부가 안전하다하여 중심부로 돈이 돌아갑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특히 중심부 금융회사들의 자금난이 워낙 심각하다 보니 돈을 급격하게 빼내 갔던 것이지요. 우리나라가 특히 시장 변동성이 것은 주식시장의 외국인 보유 비중이 유별나게 높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지난 10 년간 외자 유치에 의존한 금융발전 전략을 추구하면서 있는 대로 외국인 투자자의 비위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노력한 결과이기도 합니다. 한국은쉬운 나라라는 인상이 박혀 있기 때문에 쥐고 흔들려는 외국인 투자자가 다른 나라보다 많은 것이죠
.”

-
이번 사태는 금융산업을 기본으로 돌아가게 하는(Back to the basic) 계기가 것이란 견해를 밝히셨습니다. 한국의 금융산업이 나아갈 길은 무엇일까요. 동북아 금융허브 전략은 계속 유용할까요
.
제가 금융자본주의의 실패를 얘기하는 것은 결코 금융이 중요하지 않다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금융 없이는 자본주의가 발전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금융 없는 제조업의 성장은 기대하기 힘듭니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지난 10년간 한국 금융은 실물을 희생하는 (이제 파산선고를 받은) 신자유주의적 방향으로 치달아 왔습니다. 동북아 금융허브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발상인데, 그나마 우리가 2030 대계를 세워 인력을 양성하고 인맥도 만들고 하면서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규제 완화해 외국 금융기관을 끌어 들여 그들 덕으로 하겠다는 아닙니까. 그런 금융허브는 설사 생긴다 해도 3, 4류밖에 것입니다. 바람직한 금융은 실물과 연결된, 그리고 무엇보다 실물 부문의 확장을 돕고 그에 힘입어 자기도 확장하는 그런 금융이어야 합니다.”

 

- 교수께선 대기업(재벌) 장점을 살린 한국식 경제발전 모델을 주창해 오셨는데요. 이번 사태를 우리 기업들은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까요.
단기적으론 수출시장의 다변화에 힘을 쏟아야 합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비교적 이번 금융위기의 영향을 받는 나라들이 있는데, 이런 나라들로 눈을 돌려야지요.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장기적 기술력을 키우는 것입니다. 지난 10 년간 우리나라 기업들은 예전에 비해 투자와 기술개발을 소홀히 점차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제조업은촌스러운것으로 치부되고 (결국 허상인 것이 드러났지만) 금융산업이 고수익을 가져온다고 인식되면서 재벌들까지 서둘러 금융업에 진출하려고 자기 본업을 소홀히 감이 없지 않습니다. 기업 발전, 경제 발전에 지름길은 없습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꾸준히 기술력을 높이지 않으면 결국 도태됩니다. 기술개발은 자금력과 국제적 안목을 겸비한 대기업들이 주도해야겠지만, 제조업의 고질적 취약 분야인 부품-소재 산업들을 발전시키기 위해 대기업들은 연관 중소기업들을 재정적·기술적으로 지원해야 합니다.”

 

3. 20세기 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MIT 새뮤엘슨 교수와의 인터뷰 일부입니다.

-한국이 경제 강대국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한국의 한계를 직시하고 현실적인 정책을 펴야 한다. 일본과 한국이 선도한 경제 전략은 중국과 인도 등이 성공적으로 흉내 내고 있다. 따라서 한국은 산업을 고도화해야 하며, 이를 위해 연구ㆍ교육ㆍ혁신을 위한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또한 수출 주도적 성장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기 바란다. 수출 주도적 성장에는 물론 많은 이점이 있다. 그러나 홀로 있는 역량도 필요하다. 80년대 일본은 세상의 꼭대기에 오른 것으로 착각했다. 나는 일본의 대외의존도가 너무 높다고 계속 지적했으나 일본인들은 조언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일본은 결국 장기불황에 빠졌다. 한국은 일본을 성공적으로 모방했다. 그러나 한국은 앞으로 일본과 다른 길을 걸어야 것이다
.”

-
어떤 나라를 참조할 있나
.
내가 한국인이라면 스위스ㆍ핀란드ㆍ아일랜드를 살펴보겠다. 이들은 ()시장적이면서도 불평등 해소를 위해 노력해 왔다. 스위스를 보라. 교육제도도 미국보다 훌륭하다. 노동자의 자녀들도 양질의 교육을 받을 있다. 나는 한국이 양적인 면에서 경제적으로 일류 국가가 되려고 너무 집착하지 않기를 바란다. 분배와 불평등 해소도 중요하다
.”

-
유럽의 강소국을 따라 하기엔 한국 인구가 너무 많은 아닌가
.
키가 환자나 작은 환자나 의사는 같은 처방을 내릴 것이다. 나라건 작은 나라건 경제학자로서 진단은 같다
.”

-
한국에 가능한 경제성장률은
.
당분간 중국이 9~11%, 미국이 2.5~3% 성장한다고 전제했을 한국이 올바른 경제ㆍ교육ㆍ연구 정책을 편다면 5~6% 성장한다고 본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3.5% 떨어지더라도 그것을세상이 망하는 것처럼받아들이지는 말라.”

 

 

한국의 혁신이 깃발 뿐이 아닌 진정한 가치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G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