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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tive Management/Apple

[불황에 강한 기업] <1> 시들지 않는 사과, 애플

[불황에 강한 기업] <1> 시들지 않는 사과, 애플
             위기 속에 최고실적… '마법의 사과' 비결은 혁신상품

             IT
거품붕괴 때 아이팟 '승부수'… 美 경제위기 초엔 아이폰 출시
             '
기술우위' 고집하다 위기 맞기도… 혁신적 디자인 집중해 연속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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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위기는 정보기술(IT) 시장도 초토화시켰다. 소니, , HP, 이베이, 야후 등이 전례 없는 구조조정에 돌입했으며, 도저히 흔들릴 것 같지 않던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마저도 1만명이 넘는 직원을 대량해고할 것이라는 소문이 돈다.

하지만 이런 경제적 빙하기에도 꿈쩍 않는 기업이 있다. 오히려 사상 최고의 실적을 기록하며 기업 연혁을 새로 쓰고 있다. 바로 '시들지 않는 사과', 미국 애플사()이다.

혁신상품으로 불황을 넘다

애플은 지난 2009회계연도 1분기(2008 10~12)에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깜짝 실적을 내놓았다. 매출액 101 6,000만달러, 순이익이 16 1,000만달러(주당 1.78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8%, 1.9% 증가한 것이다. 거의 모든 업체들이 두자릿수가 넘는 마이너스(-) 실적을 내놓고 있는데도, 애플은 굳건히 플러스 성장을 유지하며 오히려 사상 처음 분기매출액이 100억 달러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업계는 애플의 성적을 '기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애플이 불황을 이겨낸 힘은 히트상품에서 나왔다. '아이팟'(MP3플레이어), '아이폰'(휴대폰), '매킨토시'(PC) 등은 경제위기 속에서도 '베스트셀러' 지위를 잃지 않았다. 1분기에 아이폰은 436만대가 팔리며 전년 동기보다 88% 급증했고, 아이팟도 2,270만대가 판매돼 시장 예상치(1,860만대)를 크게 앞섰다. 매킨토시 컴퓨터도 고정 팬의 지속적 수요로 9% 늘어난 252만대가 팔렸다.

애플의 제품은 '혁신' 그 자체였다. 애플은 불황이나 경영위기를 누구도 생각치 못한 혁신상품으로 늘 돌파해 왔다. 2000년대 초 IT거품 붕괴로 PC산업이 심각한 불황에 빠지자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MP3플레이어를 선택, 2001년 아이팟을 출시하며 승승장구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애플은 새로운 사용자환경(인터페이스)을 가진 아이팟을 출시함과 동시에, 음악이나 동영상 콘텐츠를 판매하며 수익을 배가시켰다. 이후 미국 경제위기가 시작된 2007년에는 버튼 없는 휴대폰 '아이폰', 2008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얇은 노트북 '맥에어'를 출시하며 불황으로 지갑을 닫았던 소비자들까지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소비자 기대를 실망시키는 법이 없는 애플은 이미 시대의 '혁신'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같은 성과에 힘입어 애플은 2008년에 이어 2009년에도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이 선정하는 '존경받는 기업'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실패로부터 배우다

애플도 처음부터 승승장구했던 것은 아니다. 숱한 위기가 있었다.

1976
년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 로널드 웨인은 애플을 창립하고, 개인용 PC인 애플 1,2를 잇따라 내놓았다. 특히 애플 2는 당시 흑백의 PC환경을 컬러 그래픽으로 바꾼 최첨단 제품이었다. 그러나 애플이 시장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하자 '거함' IBM의 추격이 시작됐고, 애플은 결국 경쟁에서 밀리고 말았다. 소프트웨어 부문에서도 IBM과 손잡은 MS에 추격을 허용했다.

이에 스티브 잡스는 83년 사용자가 프로그램 언어를 몰라도 지금의 윈도시스템처럼 그래픽과 마우스로 조작할 수 있는 최초의 PC '애플 리사'를 출시하며 반전을 노렸지만, 이 역시 너무 비싼 가격과 폐쇄적 소프트웨어 환경 때문에 상업적으로 실패하고 말았다. '기술경쟁력 우위'가 모든 것을 해결해줄 거라는 애플의 믿음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이 실패를 계기로 85년 스티브 잡스는 애플에서 쫓겨났고, 매킨토시 이후 이렇다 할 히트제품을 내놓지 못한 애플은 90년대 들어 '버려진 사과'가 되고 말았다.

디자인으로 부활하다

1997
년 스티브 잡스가 해결사로 복귀했다. 그는 '혁신'을 위해 버릴 것은 과감히 버렸다.

우선 그간의 폐쇄적 정책을 버렸다. 그리고 경쟁자인 MS와도 기꺼이 손을 잡았다. 이런 전략적 제휴를 통해 애플은 중복사업에 대한 소모적 지출을 줄였고, 그만큼 온라인 스토어 등 콘텐츠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여력을 확보했다.

'
기술우위'에 대한 집착도 버렸다. 대신 소비자를 위한 창의적 디자인 역량에 집중했다. 그 결과 98년 출시된 투명한 플라스틱 소재 PC '아이맥'은 발매 첫 달에만 80만대가 판매되는 '잭팟'을 터뜨렸다. 2007년 출시된 아이폰은 3세대 휴대폰이 대세인 상황에서 2.5세대 통신기술을 채택하는 대신, 터치스크린을 이용한 획기적 디자인으로 휴대폰 시장의 물줄기를 바꿨다.

애플의 연속 히트는 올해도 계속될 전망이다. 애플은 6~7월께 아이팟 신제품 및 새로운 아이폰을 발표한다. 박성민 삼성경제연 연구원은 "1990년대까지 PC시장을 선도하던 컴팩은 2000년대 초반 불황기에 가격경쟁에 매달리다 결국 2002년 휴렛팩커드에 합병되고 말았지만 애플은 PC산업을 잠시 접고 MP3플레이어 시장에 승부수를 두는 과감한 결단으로 불황을 극복했다"면서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경영자의 결단, 실행력이 불황에도 지속 성장하는 열쇠"라고 설명했다.

"비용 절감보다 R&D 투자 늘려라"



■ 망할 뻔한 회사 '혁신의 상징'으로 변신시킨 스티브 잡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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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신화의 중심에는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있다. 그가 회사에 없었던 1980년대 중반~90년대 중반 애플은 쇠락의 길을 걸었다. 한때 매킨토시에 기반해 출판과 그래픽 분야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던 애플은 90년대 들어 MS와 인텔의 협공으로 설 땅을 잃어갔다. 95 9.4%였던 시장점유율은 97 3%까지 떨어졌다. 뿐만 아니라 93년부터 97년까지 적자에서 한번도 벗어나지 못했다.

그가 경영권을 넘겨받아 진두지휘 하던 2000년대에는 IT거품 붕괴라는 악재도 있었다. 그러나 스티브 잡스의 리더십은 애플을 이 모든 경영위기와 불황으로부터 구해냈다
.

지금 IT업계에선 스티브 잡스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를 주목하고 있다. "그의 생각을 읽을 수만 있다면 불황도 무섭지 않다"는 얘기까지 있을 정도다. 그가 남긴 어록에서 애플신화의 힌트를 어느 정도 찾을 수 있다
.

발상의 전환


잡스는 어려움에 처한 애플을 살리기 위해 '다르게 생각하라'는 이념을 주창했다. 다만 "생각만 다르게 할 것이 아니라, 제품으로 다름을 실현하라"고 요구했다.

사실 그는 애플 창업 때부터 그랬다. 커다란 메인 프레임 컴퓨터가 지배했던 70년대에 그는 이미 '다른 컴퓨터'인 개인용PC가 대세가 될 거라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

절감 보다 혁신


그는 비용절감이 결코 위기를 이겨내는 처방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2000 IT버블 당시 대부분 회사들이 가장 먼저 비용절감에 나섰고, 애플 실무자들 역시도 같은 분위기였다. 하지만 그는 "애플사에 필요한 건 다른 게 아니라 현재의 궁지에서 벗어나도록 방법을 혁신하는 일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창 경기가 어렵던 1999~2002년 오히려 연구ㆍ개발(R&D) 투자를 42%나 늘리는 결단을 내렸다. 당시에는 많은 반대에 부딪쳤으나 결국 후일 성공한 전략으로 판가름 났다.

가격은 문제가 될 수 없다
.

2001
년 아이팟이 출시됐을 때 많은 전문가들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MP3플레이어 시장은 이미 일본이나 한국 제품이 이미 주도하고 있던 시장인데다, 불황에 누가 300달러라는 높은 가격을 주고 아이팟을 사겠냐는 것이었다
.

그러나 그는 단호했다. 그는 당시 수많은 반대자에게 간단히 반박했다. "아이팟보다 더 비싼 운동화들도 있지 않느냐". 결국 불황이라도 싸다고 다 팔리는 게 아니라, 비싸도 고객이 원하는 가치를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 이 말은 지금도 아이팟을 사기 위해 줄을 늘어선 소비자들에 의해 입증되고 있다. 물론 이런 자신감의 원천은 아이팟이 기존 MP3플레이어와는 완전히 '다르다'는 믿음, 그리고 튼실한 R&D 투자에 있었다.

 


 

문준모 기자
출처: http://news.hankooki.com/lpage/economy/200904/h2009042322351421540.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