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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고 복잡한 환경 변화로 인해 외부의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내부의 혁신으로 연결시키는 오픈 이노베이션이 기업 생존의 키워드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선진 기업들의 사례를 통해 다양한 접근 방법을 모색해 본다.

혁신, 즉 이노베이션은 모든 기업들의 생존에 직결된 문제이다. 혁신은 기술이나 제품 영역은 물론, 기업 전체 비즈니스 모델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나타난다. 특히 독창적 혹은 독점적 기술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 중의 하나이기 때문에 기업들이 기술 혁신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전통적으로 기업들은 자신들이 보유한 기술과 자원을 바탕으로 R&D를 하여 왔다. 이를 통해 기업들은 특허, 기술 등의 지적 자산을 확보함과 동시에 다른 기업들과 경쟁할 차별적 요소를 갖추어 왔다.

그러나 최근의 빠른 사업 환경 변화는 모든 것을 기업 혼자만의 기술과 능력으로 해결하려는 ‘NIH(Not Invented Here) 신드롬’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고 있다. 기업에 필요한 기술과 아이디어를 외부에서 조달하는 한편, 내부의 것을 외부와 공유하면서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내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른바 ‘오픈 이노베이션’이 하나의 거대한 트렌드를 형성해가고 있다.

오픈 이노베이션, 피할 수 없는 대세

오픈 이노베이션은 과거의 내부에 국한된 R&D에서 과감히 탈피, 외부의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적극 활용하여 자사의 혁신으로 연결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 기업이 자사에 필요한, 모든 혁신 역량을 가지고 있을 수는 없다. 현재 대부분 기업들이 경험한 아웃소싱은 한쪽 방향으로 역량이 이동하는 것이라 한다면, 오픈 이노베이션은 여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기술이나 아이디어가 기업 내외의 경계를 넘나들며 기업의 혁신으로 이어지는 특징을 지닌다.

최근의 경영 환경 변화는 오픈 이노베이션을 더욱 강조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소비자나 고객들의 니즈 변화가 빨라지고 있고 대응에 필요한 요소 기술들은 갈수록 다양하고 복잡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제품의 수명주기는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 한 예로 하드디스크드라이브는 1980년대 초에는 4년에서 6년가량 걸려 신규 제품으로 업그레이드되었다. 그러나1980년대 후반에 접어들자 제품 수명 주기가 절반으로 줄더니, 1990년대에는 반년도 안 되어 새로운 세대의 제품으로 대체되기에 이르렀다. 이미 무어의 법칙, 황의 법칙 등으로 인해 제품 수명의 단축은 그리 낯 설은 현상은 아니다.

개발에 따른 비용 증가도 오픈 이노베이션의 확산에 한몫하고 있다. R&D에 대한 투자가 늘어난다고 해서 곧바로 수익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R&D의 투자수익률(ROI)이 낮은 대표적 분야인 제약 산업에서는 하나의 신약을 개발하는데 소요되는 전체 비용이 현재는 평균 8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10년 전보다 무려 10배가량이나 늘어난 규모다. 기술 개발에 드는 비용이 증가한다는 것은 소수의 경쟁력 있는 기업에 수혜가 집중되고 그렇지 않은 다른 기업들은 뒤질 수밖에 없는 결과를 초래한다.

개발에 필요한 비용은 증가하고 개발 및 출시에 걸리는 기간이 짧아지는 현상으로 인해 기업들은 어떻게 하면 저렴하면서도 신속하게 필요한 기술과 아이디어를 얻을까 하는 데에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벤처캐피털이 활성화되고 과학기술자들의 기업가 정신이 높아지는 등의 경제, 사회 변화는 오픈 이노베이션의 가치를 한층 높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지난날의 내부에만 집착하는 폐쇄적 기술 혁신이나 NIH신드롬은 점점 더 설자리를 잃게 될 전망이다.

그렇다면 선진 기업들은 대체 어떠한 형태로 오픈 이노베이션을 추구하고 있을까? 벤처나 타 기업들과의 제휴, 대학이나 연구기관과의 협력 등 다양한 채널을 확보하고 네트워크를 활성화하려는 노력은 전자/정보통신이나 생명과학과같이 기술 집약적인 산업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것이다. 나아가‘Connect & Develop’으로 유명한 P&G를 비롯하여, ‘Identify & Accelerate’를 강조하는 Air Products & Chemicals(APD) 등 성공적이라 평가되는 기업들은 R&D 네트워크의 범위와 활용을 보다 효과적으로 가져가고 있다.

● 쌍방향 흐름에 Open

오픈 이노베이션의 가장 큰 특징은 기업 내부와 외부의 기술 및 아이디어가 쌍방향으로 흐른다는 것이다. 기업들이 자사가 보유한 기술 및 아이디어, 지적 재산권 등을 적극적으로 외부에 공유하거나 매매함으로써 수익을 창출하기도 한다. 기업 내부에서 사용하지 않는 기술이나 아이디어가 그 대상이지만, 때로 독점하기보다 공유함으로써 더 많은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오픈 이노베이션의 대표적인주창자인 Henry Chesbrough 교수는 기업이가지고 있는 특허 기술의 자사 활용도가 절반도 채 안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심지어 그 비중이 적게는 5%에서 많게는 25%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는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특허의 대부분이 활용되지 않거나 사장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사가 가진 기술이나 아이디어가 가장 가치 있는 것이 아닌 이상, 이를 필요로 하는 기업들에게 넘기거나 공유함으로써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퀄컴(Qualcomm)은 한때 휴대폰과 베이직 스테이션을 직접 생산했던 기업이었다. 그러나 강력한 경쟁자들이 해당 시장에 들어오고 경쟁이 가열되자 퀄컴은 칩을 만들고 관련 기술을 파는 형태의 사업모델로 전환하였다. 이 과정에서 퀄컴은 자사의 기회를 재정의 하고 과거경쟁자이기도 했던 기업들과 강력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기 시작하였다. 지적 재산권을 공유함으로써 새로운 혁신을 만들어낸 것이다.

IBM은 루 거스너(Lou Gerstner)가 CEO로 부임한 후,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감행하여 수천만 달러씩 적자를 보던 사업을 회생시켰다. 무엇보다 IBM은 지적 재산권(IP)에 대한접근방식을 새로이 하여, 과거 IP 유출을 억제하려는 방어적인 자세에서 바꿔, IP를 외부에 유출시키면서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였다. IBM은 자사가 보유하고만 있었던 제조 신뢰도와 회로 속도의 제고를 위한 반도체 관련기술 (Copper-on-Insulator Process)을 인텔, 모토롤라, 텍사스 인스트루먼트와 같은 기업들에게 라이센스를 주면서 수익을 챙길 수 있었다.

● 인터넷 기반 오픈 네트워크 활용

오픈 이노베이션에 앞선 기업들의 공통점이라 한다면 기술 혹은 아이디어를 거래하는 인터넷 기반의 오픈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이용한다는 것이다. P&G가 주도하여 만든 Nine Sigma, EliLilly가 외부의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얻는 창구로 만든 Inno Centive를 비롯하여 Your Encore, Yet2 등이 대표적인 오픈 네트워크이다. 듀퐁, 보잉, 다우, 노바티스, APD 등 내 로라 하는 기업들이‘Seeker’로 참여하고 있다. 이 기업들은 네트워크를 통해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R&D의 문제점이나 필요한 기술들을 제시하면, 네트워크가보유한 데이터베이스 혹은 전 세계에 걸친 연구가 혹은 연구 그룹들(Solver)과 연결되어 필요한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얻는다. 그 동안 개별 기업들의 R&D 그룹이 자신들의 인적 혹은 사회적 네트워크에서 해결책을 찾던 데서 크게 벗어나, 세계구석구석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접할 수 있는 강력한 채널을 확보하는 셈이다.

실제, 다우 Agroscience는 연구개발의 성공률이 오픈 네트워크를 활용하면서 크게 높아졌다고 한다. R&D 담당 부사장인 Dan Kittle은 Inno Centive를 통해 자사 연구개발 일정의Critical Time을 절반으로 줄였고 이는 곧바로 비용의 감소로 이어졌다고 말한다. 아울러 기업내부보다 오히려 외부에 무한한 혁신의 여지가 산재한다는 사실로 인해 외부와의 상호 협력 체제와 네트워크 구축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덧붙이고 있다.

공정용 가스 및 스페셜티 화학기업 인 APD는 ‘ Identify &Accelerate’를 강조하며 벤처투자에서 대학과의 연계 등 온갖 방법을 통해 기술 혁신에 필요한 아이디어와 기술을 외부에서 조달하고 있다. 기술 부문 부사장인 Miles Drake는 자사 연구개발의 핵심적인 방향은‘내부자원은 덜 쓰면서, 주요 연구 영역에서 외부와의 협업 비중을 높이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APD는 Nine Sigma나 Inno Centive를 활용하는 것이 자체 연구개발에 비해 빠르고 간편한데다 저렴하다는 자평이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이루어진 오픈 네트워크의 활용은 가시적 성과가 잘 드러나지 않아 그 가치에 대한 정확한 평가는 아직 이른 감이 있다. 하지만 이를 통해 기업들의 연구개발 방식이나 패턴이 달라지고 있음은 분명하다.

● 지역 거점 네트워크의 활용

글로벌 지역 거점 연구소와의 협력을 통해 해당지역의 대학이나 연구기관 혹은 기업의 인적 자원들이 가지고 있는 기술과 아이디어를 교류, 흡수하려는 노력 또한 매우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다.Microsoft나 IBM과 같은 기업들이중국 등을 포함한 세계 각국에 자사의 연구센터를 설립, 운영하면서 현지 인력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흡수하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APD의 경우 서유럽, 러시아, 중국, 인디아 등 지역의 다양한 제휴 파트너를 통해 필요한 R&D 역량을 얻고 있다. 특히, 1992년부터 진행해온 러시아에서의 성공적인 제휴는 눈여겨볼 만하다. APD는 미국 내 대학과 국가 연구기관과 제휴하는 것보다 러시아에서 필요한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얻는 것이 참신한 통찰력, 비용, 개발 속도, 우호적인 IP 권리 등 측면에서 훨씬 유리하다는 입장이다. 비용적인 측면에서 보면, 통상적인 프로젝트라면 러시아에서는 연간 5달러에 5~6명의 풀타임 연구 인력(절반 이상의 박사급)을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 내에서는 전문 인력 한 명당 20~25만 달러에 이르는 높은 임금으로 인해 약 100만 달러에 가까운 비용이 든다는 분석이다. APD는 처음 시베리아의 한 연구소와 제휴를 시작으로 현재는 8개로 늘었으며, 연구 영역도 연료전지, 증류 기술, 유기금속 화합물 등으로 다양하게 확대되고 있다. APD는 러시아에서 이러한 직접적인 제휴 외에도 포털을 통한 연구자 및 관련 기술 네트워크 활용 또한 활발히 하고 있다.

● 전담 조직의 활용

대부분의 기업들이 오픈 이노베이션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하여 전담 조직을 두고 있다. 이 조직들은 기업 내외부의 기술이나 지적재산권(IP) 등을 통제및 모니터링하며, 이를 통해 자사의 사업 개발과 기술 혁신을 연계, 가속시키는 역할을 한다.

약 50명의 인력들로 구성된 DSM의 DV&BD(DSM Venturing & Business Development)는 기업 내외에 걸쳐 이루어지는 모든 단계의 사업 개발을 관장하고 있다. 벤처캐피털에의 투자, 전략적 제휴, 기업 인수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활동을 하는데, 주로 생명과학과 기능성 재료 분야의 신규 기술 확보와 제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DV&BD는 DSM에 친숙한 분야만을 고집하지 않고, 기존 역량과 접목하여 가치를 만들어낼 수있는 광범위한 분야에서 기회를 찾고 있다. 한편, APD는 내부적으로 CRADAs(Collaborative and Development Agreements)라는 조직을 두어 연방 연구소(Federal Research Institute)와 같은 연구기관과의 협력을 전담하고 있다. P&G의 Nine Sigma나 Eli Lilly의 Inno Centive도 넓게는 전담 네트워크 혹은 조직의 하나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오픈 비즈니스 모델로의 확장

이처럼 많은 기업들이 외부의 기술과 아이디어를 포착하고 자사의 기술 혁신과 경쟁력 제고를 위해 다양한 채널을 활용하고 있다. 오픈 이노베이션을 위한 많은 활동이 실질적인 성과로 연결되려면 기업 내외부의 아이디어를 모니터링하고 포착해서 자사의 기회로 전환시킬 수 있는 내부의 문화와 시스템이 반드시 갖추어져야 한다. 아이디어 창출은 기업 내부는 물론 외부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러나 기업 내외부에 떠다니는 기술과 아이디어의 가치를 평가하고 선별하는 것은 기업 고유의 역량과 전략에 해당한다. 개발은 외부에 의존할 수 있지만 개발된 기술 혹은 제품이 어느 시장과 고객을 대상으로 어떤 가격에 거래할 지를 결정하는 것은 기업 고유의 가치사슬 혁신 능력과 직결된 문제이다.

결국 성공적인 오픈 이노베이션은 내부 프로세스의 변화와 혁신을 수반하지 않으면 안 된다. 성공적인 사례로 꼽히는 P&G의 경우를 보더라도 외부의 기술과 아이디어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고, 이를 내부의 자원으로 만들어 내는 프로세스를 갖추고 있었기에 Spin Brush나 Magic Eraser와 같은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이다. 오픈 이노베이션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고 기업의 생존을 담보하려면 내부에 이를 소화할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2003년 오픈 이노베이션이라는 개념을 종합하여 소개한 Henry Chesbrough 교수는, 최근 기업들의 오픈 이노베이션이 오픈 비즈니스모델로 진화함으로써 완성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성공적인 오픈 이노베이션은 가치사슬 전반이 투명하고 열려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야 가능하다는 것이다....김경연 부연구위원


출처 : LG경제연구원

Posted by jisun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