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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tive Management/기타

<이동통신, 이젠 고객이다>‘소비자’ 아닌 ‘사람’ 으로 모셔야 생존

<이동통신, 이젠 고객이다>
‘소비자’ 아닌 ‘사람’ 으로 모셔야 생존
②고객감동을 위하여
이관범기자 frog7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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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2가 영풍빌딩 10층에 올라가면 ‘HCI’라는 간판이 걸려 있는 사무실이 있다. 이 영문에 담긴 뜻을 모르면 누구도 이곳이 바로 SK텔레콤의 연구조직이라는 것을 알아채기 힘들다. 겉모양만 보면 희안하고 기묘한, 어찌 보면 세련된 느낌의 광고회사라고 넘겨 짚기 싶다. HCI, 이곳이 바로 SK텔레콤이 미래 사회를 연구하는 실미도다. 을지로 2가 본사 사옥과는 멀찌감치 떨어진 이곳에 따로 나와 있는 것도 현안을 다투는 정규 조직이 아니기 때문이다.

HCI는 ‘인간중심혁신팀(Human Centered Innovation)’의 약자다. 지난해 말 조용하게 발족한 이 조직은 말 그대로 사람을 연구하는 곳. 2100만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SK텔레콤의 이동통신 사업과는 관련이 없는 주제다. 사회·심리·경제·문화인류학적인 방법을 총동원해 인간을 연구하는데, 이 팀에 심리학·사회학 등 각 분야 전문가 20여명이 모여 있다.

눈에 띄는 점은 HCI가 최고경영자(CEO) 외에도 ‘최고성장책임자(CGO·Chief Growth Officer)’라는 직함을 하나 더 맡고 있는 김신배 SK텔레콤 사장의 직속 조직이라는 것이다. 그가 지난해 8월 인체공학적 마우스를 만든 세계적인 디자인 회사인 미국 ‘아이데오’를 방문한 것이 계기가 돼 탄생했다. HCI의 역할은 아주 심플하다.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과 서비스가 뭔지를 누구보다 먼저 예측하는 것이다. 이제 신성장 동력은 소비자를 이해하는 것으로부터 나온다는 발상인 것이다.

이처럼 이동통신 사업자가 소비자를 연구하기 시작한 것은 통신사업의 공식이 이제는 180도 달라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 막대한 설비 투자를 바탕으로 시장을 창출하는 기존의 공급 중심 공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통신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대로 수요가 생겨나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이제부터 중요한 것은 수요, 즉 소비자인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느냐 여부가 이제부터는 생존경쟁에서 살아남는 열쇠로 작용한다. SK텔레콤이 사장 직속에 사람을 연구하는 HCI 조직을 신설하고, 경영이념을 고객중심 경영으로 정하고, 4대 경영과제 중 하나로 ‘고객가치 혁신’을 꼽는 것도 바로 이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이미 일선 현장에선 소비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경영활동에 이를 반영하기 위한 치열한 노력이 펼쳐지고 있다. SK텔레콤은 소비자가 문의를 해 오면 평균 99%는 사흘안에 회신한다. 이 회사가 회신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1일이다. 또 소비자 접점에 서있는 일선 대리점들이 쓰는 전산시스템을 최근 4년에 걸쳐 3000억원을 투입해 새롭게 업그레이드했다.

이에 따라 각종 청구서 발송·인출정보 확인 등 소비자가 알아야 할 주요 정보를 사전에 안내할 수 있게 된 데다, 수납·환불 등의 정보를 사후에 안내할 수 있게 됐다.

SK텔레콤은 해마다 자체적인 소비자 만족도를 조사한다. 지난 한해 동안에는 무려 3번이나 소비자만족도를 조사, 11개 품질 영역별로 꼼꼼히 따져 봤다. 무선인터넷 이용자가 일정액 이상을 사용하면 문자 서비스로 해당 내역을 통보받는 서비스를 고안한 것도 이 같은 과정에서 얻은 결과물 중 하나였다.

이관범기자 frog72@ munhwa.com

기사 게재 일자 2007-06-28